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가 고액 연봉을 내걸며 인공지능(AI) 관리자 채용에 나서자 현재 AI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내세우며 파업 중인 할리우드 배우 및 작가진이 반발하고 나섰다.
넷플릭스의 구인 공고문에 따르면 해당 직책은 시청자들의 새로운 프로그램 선택을 돕는 자체 알고리즘을 운영하는 ‘머신 러닝 플랫폼’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특히 넷플릭스 측이 해당 직책의 연봉을 최대 90만달러(약 11억5000만원)로 내걸면서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현재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AI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급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와 관련한 파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한편 ‘더 인터셉트’가 지난 25일 처음 보도한 채용 공고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해당 직책 외에도 머신 러닝과 AI 관련 경험자들을 모집 중이다.
물론 구인 공고문만으로는 해당 직책에 채용될 인물이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에 직접 조언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머신 러닝 플랫폼’ 팀의 프로덕트 매니저를 모집한다는 또 다른 공고문에 따르면 합격자는 “피드백을 수집하고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해 궁극적으로 회사의 투자 결정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넷플릭스가 AI를 사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수요 평가 등에 나설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바로 알고리즘의 지나친 힘을 우려하는 SAG-AFTRA의 주요 우려 사항이기도 하다.
SAG-AFTRA 소속 프랜 드레셔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TV 방영이 지배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영화나 TV 프로그램 하나하나의 성공의 가치는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드레셔는 “한 시즌에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어야 구독자를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리즈 등을 제작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건 알고리즘”이라고 강조했다.
“알고리즘이 나서 시즌당 에피소드를 6~10개로 편성하고, 시즌 3~4 정도에서 끝내게 합니다. 이렇게 살 순 없습니다.”
“우리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강요당했으며, 이제 이 모델로 인해 일자리 전선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업계 사람들이 문제를 겪고 있죠.”
일례로 ‘미 작가 조합(WGA)’은 AI를 활용한 각본 작성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기존 각본을 AI 훈련 자료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러한 구인 공고에 대해선 언급하기 거부했으나, 앞서 AI가 창작 과정을 대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넷플릭스는 “최고의 이야기는 독창적이고, 통찰력이 있다. 그리고 직접 겪은 경험에서 나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넷플릭스의 AI 관련 채용 공고와 관련해, 특히 건강 보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연간 최소 2만6470달러(약 3300만원)를 벌어야 하는 일부 파업 참가자들의 비난이 더욱 거셌다.
미국 배우 롭 델라니는 ‘더 인터셉트’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AI 군단을 위해 (해당 직책의 최대 연봉으로) 90만달러(약 11억5000만원)를 내걸었는데, 이는 SAG-AFTRA 소속 배우 35명과 그 가족들이 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는 자격 금액과 맞먹는다.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로스트’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 하비에르 그릴로 마쉬아크 또한 넷플릭스는 “영혼 없는 표절자 군단을 지휘하고자 (지금껏 1년간 내가 번 돈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엄청난 보수를 받는 지휘관을 모집하고 있으면서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주 초 넷플릭스는 ‘마이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앱 출시를 발표했다.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 선택을 도와주는 원스톱 맞춤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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