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국에서 최소 15명이 온열 질환으로 숨진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이 8월에도 이어져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푹푹 찌는 더위는 8월 첫날에도 이어졌다. 1일 전국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며 폭염이 계속됐고, 경기 북동부와 강원도 내륙 및 산지에 소나기가 내렸다.
전날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서울과 인천, 충북, 경남, 전남, 제주도 등 곳곳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더위는 한반도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여 지상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발생했다.
폭염·호우 특보 동시에
최근 ‘폭염’과 ‘극한 호우’가 하루 동안 번갈아 나타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30일 경기도 안성의 낮 최고기온이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8.9도까지 치솟았다. 31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1~35도까지 오르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일부 지역에는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쏟아지며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서울에서도 주말 사이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일부 지역엔 시간당 3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며 폭염경보와 호우특보가 동시에 내려지기도 했다. 이날 서울 서남권 등에선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폭염과 폭우가 하루에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대기의 상층과 하층 기온 차가 극명해 대기 불안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겹겹이 감싼 뜨거운 공기가 대지를 달구고 결국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곳곳에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게 된 것이다.
이런 날씨는 과거에 비해 확실이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지만, 앞으로도 폭염 속에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 또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끓는 지구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폭우 현상은 한반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고온으로 인한 산불로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처럼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지구 평균온도가 높아지면서 극단적인 날씨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은 16.95도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최고치였던 2019년 7월 기온(16.63도)보다 0.32도 더 높은 수치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최근 전 세계 평균 지표면 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면서 “올해 7월은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상청(NSW)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미국 남서부 지역과 동북부 지역은 열돔 현상으로 기온이 38도 안팎까지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 시대에 발 맞춰 재난 경보 시스템과 예방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기상학자인 줄리오 베티는 BBC에 “폭염은 매년 그 수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후 변화의 신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폭염이 없는 여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제 ‘평범한’ 여름은 보기 드물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온난화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가 불행하게도 새로운 정상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변덕스러운 날씨, 당분간 계속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는 날씨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제6호 태풍 ‘카눈’이 동중국해까지 북상한 뒤 정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태풍이 고온다습한 공기를 한반도에 주입하면서 무더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나기가 내리면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지지만,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습기가 다시 햇볕과 만나 체감온도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에는 야외 작업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지난 주말 온열 질환으로 사망한 대부분의 사람은 고령자로 밭일을 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햇볕이 내리쬐는 낮 시간대에는 야외 작업과 운동을 자제하고 시원한 곳에 머물러야 한다며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양산이나 모자 등으로 햇볕을 차단해야 하고, 갈증이 없더라도 물을 규칙적으로 자주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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