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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싱글맘이 되기 점점 더 수월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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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헝을 안고 있는 장메이리

BBC
싱글맘 장메이리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아들 헝헝을 키울 계획이다

작년까지 중국에선 미혼 여성이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면서 정책 또한 바뀌고 있다.

상하이 교외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장메이리(25)는 아기 침대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기쁜 듯 꺄르르 웃는 아들 헝헝에게 장은 곧 자신이 아들을 위해 돈을 벌러 나갈 계획이라고 말해줬다.

생후 2개월이 된 헝헝은 어머니 장이 일하러 나가면 외할머니가 와서 돌봐줄 예정이다. 장의 어머니는 최근 딸의 육아를 돕고자 상하이로 이사 왔다.

헝헝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에 많은 중국인들, 특히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농촌 지역 등에 사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어머니나 아버지 둘 중 한 명이라도 없다면 아이를 낳아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장 또한 대도시에선 싱글맘의 존재가 훨씬 더 잘 받아들여진다면서 창업을 위해 상하이로 이사 왔던 게 행운이었다고 했다.

“상하이의 아량에 감사하다”는 장은 “나는 허난성 시골 지역 출신인데, 그곳에 있었다면 싱글맘으로서 무척 차별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헝헝

BBC
헝헝은 싱글맘 가족에 조금 더 관용적인 분위기의 대도시 상하이에서 자라게 될 것이다

장은 사귀던 남자친구의 가족이 장의 조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탓에 싱글맘이 됐다. 장이 임신했음에도 남자친구가 가족의 반대에 이별을 택한 것이다.

나는 장의 어머니 자오에게 25살 난 딸이 아기를 계속 품겠다고 했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물었다.

이에 자오는 “어떤 감정이었냐고요? 마음이 아팠다’면서 “혼자 아기를 키우기란 매우 어렵다. 그리고 고향 마을에선 이웃들의 비난도 감당해야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헝헝의 할머니가 된 지금은 감정이 달라졌을까.

자오는 활짝 웃으며 “손자를 보니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한편 장은 자신만의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기에 많은 미혼 여성과 달리 삶에서 여러 선택권이 있다. 이 덕에 장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으며, 자신이 독립적이라고 느낀다.

물론 장의 작은 마사지 가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싱글맘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눈치를 보거나 고용주에게 휴가를 얻고자 투쟁할 필요가 없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사업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긴 하나, 언제나 싱글맘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좋지 않게 바라볼 시선이 따라오리라는 사실 또한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에 장의 친구들 모두가 아이를 지우지 않기로 한 장의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은 장에게 아기를 낳는다면 나중에 결혼하기도 어려워질 것이고, 또 아기가 아버지 없이 자라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마사지 가게를 운영하는 장

BBC
장은 자신만의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덕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장은 “임신했을 때도 난 병원에 혼자 갔다”면서 “당시 사업도 많이 힘들었을 때인데, 주위를 둘러보니 남편과 함께 병원에 온 여성들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저는 싱글맘이 되기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기에 이겨내야만 했죠.”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 외에도 아이를 혼자 기르긴 쉽지 않다.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는 사실상 한부모 가정을 용납하지 않았다. 부모가 결혼을 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출생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학교에 입학 신청을 하거나 할 때 필요한 서류인 후커우(호적과 유사한 공문서)를 발급받기 위해선 부모의 인적 사항을 모두 기록해야만 했다.

이에 20년 전 내가 처음 중국에 왔을 당시 미혼 여성들은 이러한 서류 없이는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 없기에 실수로 임신을 해도 지워야만 한다고 한 바 있다.

이후 이러한 법규가 수정되긴 했으나, 병원비 납부에 필요한 건강보험 발급이나 유급 출산 휴가 신청 등이 불가능 했기에 작년까지만 해도 미혼 여성이 싱글맘이 되는 선택지를 고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제 싱글맘 또한 건강보험을 발급 받을 수 있고, 유급 출산 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식으로 바뀐 듯한 모습이지만, 현실에선 고용주가 직원을 대신해 이러한 혜택을 신청하는 형태이기에 여전히 이를 거부하는 기업들도 있다.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대형 프랜차이자 기업이 유급 출산 휴가를 제대로 내주지 않아 소송을 선택한 의뢰인이 있다고 말해줬다. 의뢰인이 고소를 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기업은 유급 출산 휴가를 허가해줬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 변호사는 “기업별 개방성과 직원의 권리에 대한 고용주의 인식에 달려 있다”면서 “지역 정책은 무척이나 모호하기에 때론 이와 관련한 기업의 운영 방식 또한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일부 상사들은 법규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단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로운 법규를 알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바탕엔 한부모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

중국 아이들의 모습

BBC
중국 정부는 현재 출산율을 높이고자 한다. 그러나 이 나라의 싱글맘들은 여전히 차별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베이징 소재 중앙민족대학의 양주화 교수는 중국 법에는 모든 어머니와 자녀는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그러나 현실에서 이는 쉽지 않다”면서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싱글맘을 이해하지 못하며, 이들에게 관용적이지 않기 떄문”이라고 덧붙였다.

인구통계학 전문가인 양 교수는 이러한 규정은 싱글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정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규정은 기본적으로 결혼한 부부들을 바탕으로 고안됐다”는 양 교수는 “결혼이 그 전제조건인 것이다. 한부모 가정은 아직도 중국에선 새로운 개념이며, 우리의 전통적인 윤리 규범과 매우 다른 사고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정책 입안자들 또한 변화를 고민하게 됐다.

지난 수십년 간 한자녀 정책을 고수했던 정부이지만, 현재는 젊은 부부들이 자녀를 더 많이 낳기 바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중국 부부들이 재정적인 이유로 아이를 많이 낳지 않고 있다. 여러 명 낳아 기르기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들은 자녀를 낳고 싶은 미혼 여성이 있다면 이를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편 중국 동남부 항저우에서 열린 대규모 유아용품 전시장에서 펑칭칭(30)을 만났다. 펑은 산처럼 쌓인 장남감, 기저귀, 분유 등에 둘러 싸여 있었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펑은 미혼이지만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장과 마찬가지로 펑 또한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덕에 결정이 쉬웠다고 했다.

임신한 펑칭칭의 모습

BBC
사업체를 운영하는 펑칭칭은 곧 엄마가 될 예정이다

펑은 “엄마는 항상 내게 여성은 좀 더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있고, 강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단지 아이 때문에 누군가와 결혼해 다른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펑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실수로 임신했을 당시 결혼하기엔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으나, 아기는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펑은 특히 재정적 독립 특면에서 중국 여성들의 지위가 변하고 있으며, 이는 곧 몇 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선택이 이젠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통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가족에 의지했다”는 펑은 “그러나 여성들이 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남성과 여성은 더 평등해지고 있다. 여성은 심지어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의 미혼 여성 대부분은 수입이 무척 낮다.

이에 대해 여성의 직장 내 권리 관련 사건을 맡아 온 한 변호사는 출산 휴가 중 급여는 월급과 연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보통의 싱글맘의 경우 수입이 적기에 적절한 수준의 유급 출산휴가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정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자녀를 출산하길 장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지방 정부는 출산 시 금전적으로 보상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싱글맘들은 이러한 정부 지원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이는 심각한 차별입니다.”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는 펑칭칭

BBC
펑칭칭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깨달았을 당시 결혼하기엔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싱글맘들은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공무원인 경우 공산당으로부터 (충성스러운 시민임을 입증하는) 정치적인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런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승진 기회를 놓치거나 아예 정부 관련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양 교수는 사회가 싱글맘에 대해 점점 더 관대해지면서 이러한 차별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앙 정부가 싱글맘을 위한 규정을 시행하도록 지방 당국에 더 엄격히 요구한다면 이 또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은 결국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을 위해 내리는 결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에 처한 다른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장은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낳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타인의 의견이나 외부의 질문으로 인해 아이를 잃지 마세요.”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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