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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쌀 수출 금지’가 세계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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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산 식료품 가게의 쌀 진열대

Getty Images
인도 정부의 쌀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캐나다의 인도산 식료품 가게엔 바스마티 쌀을 제외한 품종은 일 인당 한 포대씩만 구입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쌀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주식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난달 20일, 인도 정부는 자국 쌀 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키고자 비(非)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금지했다. 그 뒤 미국과 캐나다의 인도산 식료품 가게에선 시민들이 앞다퉈 쌀을 사재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으며, 텅 비어버린 쌀 진열대와 쌀 가격 폭등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소비되는 쌀의 품종은 수천 가지에 이르나,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쌀은 크게 4종류이다. 그중에서도 세계 쌀 무역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품종은 가늘고 긴 형태의 인디카쌀이다. 그 외에는 향이 좋은 바스마티 품종, 초밥이나 리조토에 주로 사용되며 짧고 통통한 형태의 자포니카 품종, 찹쌀 등이 있다.

전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글로벌 곡물 교역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약 40%에 이른다. (인도 외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로는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 미국 등이 있다.)

그리고 주요 쌀 수입국으로는 중국, 필리핀, 나이지리아를 꼽을 수 있으며,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와 같이 국내 공급이 부족할 때만 수입량을 늘리는 ‘스윙 바이어’ 국가들도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의 쌀 소비량 또한 크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쿠바와 파나마 같은 카리브해 국가에서도 쌀은 주요 에너지원이다.

인도의 모내기 현장

AFP
인도 농부들이 6월경 물이 반쯤 찬 논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쌀 무역량은 56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가 지난해 인도는 140개국에 수출한 쌀은 2200만 톤에 이르며, 이중 500만 톤이 인디카 백미였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인디카 백미는 전 세계 쌀 무역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런데 현재 인도 정부는 해당 품종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미 지난해 인도는 쇄미(싸라기) 수출을 금지하고, 비 바스마티 쌀 품종 수출에 관세 20%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게 인도가 수출 금지를 발표하자 당연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쌀 가격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피에르-올리비에 구앙샤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는 인도 정부의 이번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쌀 가격이 상승할 것이며, 올해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UN 식량농업기구(FAO) 소속 쌀 시장 전문가인 셜리 무스타파 또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출 금지 조치 실행 시점이 특히나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쌀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로 14% 상승하는 등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쌀이 수확돼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아직 3개월 정도 더 걸리기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울러 인도에선 장마가 불규칙적으로 이어지고 파키스탄은 홍수 피해를 입는 등 남아시아의 날씨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쌀 공급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비료 가격이 상승하며 쌀 재배 비용도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통화 가치가 하락하며 수많은 국가의 쌀 수입 비용이 증가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차입 비용도 치솟았다.

다양한 쌀을 판매하는 모습

AFP
인도는 세계 최고의 쌀 수출국으로, 전 세계 곡물 무역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에 무스타파 연구원은 “쌀 수입국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이들 국가가 향후 가격 인상에 대처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가 전략적 비축물 및 7억 명에 이르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배급시스템(PDS)’용으로 비축한 쌀은 무려 41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보통 요구되는 쌀 비축량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인도 또한 계속되는 식량 인플레이션과 씨름해야만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쌀 가격은 30% 이상 상승했는데,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 정부는 정치적으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몇 달 후면 주정부 차원의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생활비가 상승하면서 정치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셉 글라우버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수석 연구원은 “이번 비 바스마티 쌀 수출 금지 조치가 사전 예방적인 성격의, 일시적 정책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인도의 농업 정책 전문가인 데빈더 샤르마는 올해 말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인도 남부 쌀 지배 지역의 작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생산량 부족에 대응하고자 정부가 미리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기에 인도 정부가 이러한 쌀 수출 조치를 내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IFPRI에 따르면 42개국의 쌀 수입량 절반 이상이 인도산 쌀이며,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인도산 쌀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또한 아시아에서도 쌀 소비량이 많은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스리랑카와 같은 국가에선 국민의 하루 총 칼로리 섭취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67%에 이른다.

밥을 먹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모습

Getty Images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인도산 쌀의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무스타파 연구원은 “이러한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는 건 사회 취약 계층”이라면서 “이들은 소득 대부분을 식료품 구입에 지출한다”고 덧붙였다.

“식량 물가가 상승하면 음식 섭취량을 줄이거나,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은 대체품을 선택하거나, 심지어 주택 등 다른 기본적인 필수품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식량 수출 금지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IFPRI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국가는 3개국에서 16개국으로 늘어났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아르헨티나는 쇠고기 수출을 금지했으며, 튀르키예와 키르기스스탄은 여러 곡물류 수출을 제한했다. (한편 여기서 확실히 해둘 점은 인도 정부는 이번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식량 안보 상황에 근거해 일부 국가로의 수송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4주간 약 21개국이 여러 상품에 대한 수출 제한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이번 수출 금지 조치는 특히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도 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인도 국제 경제 관계 연구 위원회(ICRIER)’의 아쇼크 굴라티 연구원과 라야 다스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인해 전 세계 백미 가격은 반드시 급등할 것”이라면서 “이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굴라티, 다스 연구원은 인도가 “G20에서 남반구의 책임 있는 리더 국가”가 되기 위해선 이러한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려선 안된 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인도는 쌀 시장에서 매우 신뢰할 수 없는 공급국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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